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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평등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여성가족부 확대·강화를 제안해왔습니다. 현장 활동가, 정책 전문가, 연구자들의 입장을 담은 언론기고 및 좌담참여를 통해 성평등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성평등 부처로서의 여성가족부가 어떻게 강화·확장되어야 하는지를 제안하였습니다.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여성계의 목소리에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기획연재] 빛의 혁명, 그 이후 : 여성가족부 확대와 국가 성평등정책의 전환  |  1화 

"여성에게 학문은 필요 없다"는 위협, 성평등 정책 강화로 답해야
[주장] '빛의 혁명' 다음은, 성평등정책 대전환이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지난 7일 성신여대와 광주여대에 경찰특공대와 공군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됐다. 자신을 '남성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인물이 "여자에게 학문은 필요 없다", "10kg의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했다," "많은 여성을 죽일 것이다"라는 내용의 테러 예고 이메일을 교직원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군·경찰, 소방 합동수색 결과 폭발물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학교는 수업 취소와 출입통제 조치를 취해야 했고, 학문의 전당인 학교에 군을 포함한 수백 명의 공권력이 투입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테러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12.3 비상계엄의 공포와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겨우내 아스팔트 위에서 혹한을 견디며 그 공포와 불안을 털어내고자 노력했다. 특히 '빛의 혁명'이라 불렸던 2030 여성들은 무너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고자 끈질기게 버텼다. 그 이유는 이번 테러 예고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수색 결과 테러 협박이었지만 언제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할지,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공포와 불안은 늘 여성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바꿀 유일한 길은 모두의 존엄을 보장하는 성 평등 민주주의라는 것을 여성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빛의 혁명' 이후에도 또 다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테러 협박을 당하고 안전해야 할 학교 공간조차 뺏겨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 참담하고 가혹하다.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구성원에게 특별한 보상으로 보답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성 가부장 중심 성차별 구조로 인해 여성들은 그동안 희생해왔고 각종 지표는 그 희생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말한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8년째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고(2023년 기준 29.3%), OECD 평균(11.3%)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30%에 육박하는 수치는 한국이 유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여성노동자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고(47.3%)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69만 원으로 남성 정규직(430만 원) 임금의 39.4%에 불과하다.

더 비관적인 지표는 2024년 늘어난 비정규직의 82.8%는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숫자는 1년 전보다 33만7천명 증가했다. 그 중에서 여성이 27만 9천명 늘어나(남성 5만 8천 명), 82.8%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여성들은 대를 이을 남자 형제의 대학 진학을 위해 '공순이'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일했지만, 나이가 든 이후에는 40%에 달하는 여성 노인이 빈곤선 이하의 소득으로 근근이 쓸쓸히 살아가고 있다(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e-나라지표 자료,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여성 노인빈곤율 43.2%).

코로나19 '돌봄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이 여성의 무급⋅저임금 노동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이는 불평등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구조적 문제를 깨달았지만 여전히 여성과 가족에 의존하며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세계'는 불가능하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에서 출발한다. 저출산 위기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해도 현재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공염불'이다. 이대로의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이 단단한 성 불평등 구조와 참혹한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다. 우리는 '빛의 혁명' 광장에서 여성, 노동자, 농민, 빈민,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주체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문구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 존재들임을 함께 확인했다.

광장 시민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상호 돌봄, 나눔의 연대를 실천했고 그것이 '빛의 혁명'을 가능하게 한 힘이자 무기였다. 이제 평등⋅돌봄⋅연대의 광장이 대한민국 국가공동체 전체의 지향이자 가치이자 실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국가성평등정책이고 획기적 전환을 주도할 확실한 정책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돌봄 격차, 인식 격차는 현실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격차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은 매우 부족하다. 국가성평등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성평등 정책에 대한 국가 지도자의 책임 있는 역할과 개입은 필수다.

역사적⋅경험적으로 리더의 역할은 성평등 정책 성패의 중요한 열쇠였다. 따라서 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위상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적극적 성평등정책 실행의지를 담아내야 획기적인 전환이 가능하다. 모든 부처와 광역,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에 성평등 정책 전담부서를 설치·강화하고, 민관 협력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성평등위원회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동시에 현재 약화된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인력, 예산, 권한이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성별임금 격차, 유리천장, 돌봄 격차,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성가족부의 기능과 역할이 필요하다. 뿌리 깊은 남성가부장 중심의 사회체제로 인한 왜곡된 성 역할과 인식·규범은 모두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고 최근에는 일부 남성들의 극우적 폭력으로까지 발전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박혀 보이지 않는 장벽인 사회규범과 가치 변화를 위한 정책도 여성가족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대단히 미약했던 성평등노동과 성평등문화혁신을 위한 기능과 정책들을 강화해야 한다.

성평등은 통합과 포용,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의 핵심 가치이고 모두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위한 비전이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인 채로 동등한 권리와 기회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기계적 성별 균형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성 평등이 필요한 이유는, 성별뿐 아니라 직업, 연령, 나이, 소득, 성정체성 등 같은 성별 안에서도 위치와 정체성에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성 평등정책을 기획⋅추진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평등⋅돌봄⋅연대의 국가공동체에 다다를 수 없다.

이제 이재명 정부가 '빛의 혁명'의 요구에 응답할 일만 남았다.
 

기사원문보기 : https://omn.kr/2ei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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