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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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통령의 성차별적 인식이 청년 세대 갈등만 더 키운다. 
구조적 성차별을 명확히 인식하고 책임 있는 언어와 정책으로 임하라.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의 날’을 맞아 열린 2030 청년·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 이날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남성 차별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며, “여성들의 차별감, 차별 느낌은 이해한다. 워낙 많이 연구돼 있고 언급돼 있는데, 남성들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은)…(중략) 구체적으로 무엇(이 차별)인지, 어떻게 시정할 수 있을지 알아봐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여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는 발언은 소위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라는 오래된 성차별적 통념을 공적 자리에서 재생산한 것으로, 이는 여성 간 연대를 훼손하고 차별의 구조적 원인을 개인 간 감정으로 돌리는 사고를 강화한다. 대통령의 농담 섞인 표현이라 해도, 공적인 현장에서 하는 국가 최고 책임자의 말은 사회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차별감”, “차별 느낌’이라고 발언한 것은 실존하는 현실의 문제를 느낌(감정)의 영역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성차별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구조적·제도적 현실이며, 한국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은 세계경제포럼의 젠더격차(2025) 148개국 중 101위, OECD 성별임금격차 28년째 부동의 1위, 중앙정부 고위공무원 여성 비율(2024) 12.9% 등 각종 통계로 입증되어온 사실이다. 또한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혹은 일면식 없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살해 사건뿐만 아니라 여성 혹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일터와 학교에서 성차별과 성폭력 상황에 처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대통령실이 기획한 ‘청년정책 주간’의 일환으로 청년들의 일자리와 창업, 주거 등 청년세대의 현실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현재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열악한 노동환경, 부족한 사회보장제도 등에 있다. 또한 청년 남성의 문제는 가부장적 사회의 남성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남녀 간 갈등’으로 치환하고, 이를 마치 ‘남녀의 피해 인식이 대칭적’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구조적 성차별과 안티 페미니즘 문제를 그저 ‘젠더 갈등’으로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심각한 문제다. 

 

또한 이재명 정부는 정부조직개편안의 여성가족부 개편안에 ‘역차별’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역차별’이란 사전적으로 여성, 장애 등 역사적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은 소수자 집단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가 너무 강하여 반대편이 차별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법제도에서 역차별을 발생시키는 법제도가 무엇이 있는가. 그 동안 역차별 논란이 있었던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 역시 UN을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은 역사적·구조적 불평등을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위한 적극적 조치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남녀의 갈등’으로 치환하여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역차별’을 공적 의제로 삼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실제 시급한 불평등 해소 과제를 희석시키는 것이며, 청년 세대 내부에 불필요한 대립을 부추기는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부터 성평등을 민주주의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는 책임 있는 언어와 정책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2025년 09월 22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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