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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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

 

첫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을 환영하며

지방정치에서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최종 투표율 61.0%로 마무리되었다. 높아진 시민들의 참여 열기 속에서 23.51%라는 역대 지방선거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시민들은 투표라는 정치 참여를 통해 성평등 실현, 노동권 존중, 기후위기 대응 등의 가치가 현실의 정책과 예산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권리를 행사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와는 달리 지방선거 과정에서 거대 양당의 여성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여성가산점제도를 왜곡하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성차별적 정치공세를 하는 등 실망스러운 정치의 민낯이 드러났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공고한 남성 중심 정치구조를 깨트리고 여성과 소수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권의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후보자 등록 결과 여성 후보자 비율이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은 한자리 수, 광역의원(지역구)과 기초의원(지역구) 역시 30% 미만으로 저조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과였다. 이번 선거 개표 결과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당선인 비율은 전체 16명 중 1명으로 6.25%, 기초자치단체장 여성 당선인 비율은 전체 227명 중 9명으로 3.96%, 광역의원(지역구) 여성 당선인은 전체 804명 중 182명으로 22.63%, 기초의원(지역구) 여성 당선인은 전체 2,650명 중 762명으로 28.75%를 기록하여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각 선거별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결과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추미애 후보의 당선으로 사상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이 탄생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래 30여 년간 단 한 차례도 선출된 적 없음은 물론 공천 사례 자체가 거의 없었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의 탄생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에 균열을 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서울 첫 여성 3선 구청장(김미경 은평구청장), 전국 최초 여성 3선 시장(김보라 안성시장) 등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결과로 ‘유리 천장’이 깨져 30여 년간 공고히 유지되어 온 남성 독점 정치구조가 허물어진 것은 아니다. 사상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하여 3선 여성 구청장과 시장이 선출되는 등의 성과가 예외적 사건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이 과소대표되어 있는 정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여성과 소수자를 정치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그 구조에서 파생되는 차별과 배제의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 정치권은 선언과 권고의 수준을 넘어 제도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 최소한 수십 년째 요구되고 있는 지역구 여성 후보 30% 추천 조항을 강제 의무 규정으로 바꾸고 실질적 이행을 담보하는 제재 조항을 함께 마련해야 하며, 단체장 선거에서 여성 공천을 의무화하고 당선 가능한 지역에 여성 후보를 배치해야 한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무투표 당선인은 51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투표 당선은 유권자의 투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후보자 선거운동이 금지됨으로써 유권자의 알 권리를 근본적으로 제한한다.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와 소선거구제에서 비롯된 무투표 당선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3-5인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석 비율 확대, 광역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정당이 지방의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선거의 결과가 민의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아울러 서울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이로 인한 개표 지연으로 불거진 사회적 혼란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관리하는 국가 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지역에서 전체 유권자의 5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만 준비했다고 밝힌 것은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을 보장해야하는 기관의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 관리 부실로 침해된 이 사태는 단순한 실무 착오로 넘길 수 없으며, 반드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2026년 6월 5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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